용인신문 | 미술사 속에서 ‘아나모르포즈(anamorphosis)’는 조금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개념이다. 이는 원근법을 의도적으로 비틀어 특정한 각도에서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기법을 뜻한다. 한 방향에서 보면 기괴하게 일그러진 형상이지만, 시선을 달리하면 그 속에 숨겨진 진짜 모습이 나타난다. 16세기 화가 한스 홀바인의 회화 대사들 속 해골은 정면에서는 알아보기 어렵지만, 옆으로 비스듬히 바라보면 선명하게 떠오른다. 관람자는 그림을 단순히 ‘보는 자’가 아니라, 시선을 이동하며 적극적으로 ‘발견하는 자’가 된다. 아나모르포즈의 원리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이버스페이스 문화와 묘하게 닮아 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의 정체성과 관계, 정보와 소통은 언제나 다층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SNS 계정을 정면으로만 바라본다면, 화려한 여행 사진과 꾸며진 일상만 눈에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각도를 달리해 그 사람의 댓글, 좋아요 패턴, 혹은 때때로 흘리는 짧은 문장을 관찰하면, 그 이면에 숨은 불안과 고독, 또 다른 욕망이 드러나기도 한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자아란 본래 아나모르포즈처럼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존재’인 셈이다. 아나모르포즈의 특
용인신문 | <특별사설> 이재명 대통령 첫 한미정상회담에 부쳐 이재명 대통령이 3박 6일의 강행군으로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귀국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하면서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트럼프의 관세전쟁과 내란 수습에 직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를 통해 내란 특검을 비롯한 3대 특검을 출범시키는 것으로 국내문제는 순조롭게 풀어나갔다. 그러나 트럼프 발 관세 태풍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일견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EU를 필두로 한 동맹국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워 극단적인 보호무역으로 회귀했다. 이로 인해 국제 교역질서는 무너지고 WTO 체제는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단 관세율 15%(철강은 50%)라는 성적표를 받으며 선방했다. 이러한 가운데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관세 협상을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시험대이자 향후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을 가늠하는 자리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고, 일단 트럼프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메이커, 나는 페이스 메이커…”이재명
용인신문 | <기획특집> 국제뉴스 바로읽기 3 트럼프 vs 푸틴 알래스카 회담과 우크라이나 전쟁 전망 8월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프-리처드슨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트럼프-푸틴 미·러 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방송언론의 해석이 분분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트럼프-푸틴 알래스카 정상회담은 “합의(Agreement)는 없었지만 거래(Deal)는 있었다”로 요약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8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정치지도자들과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다자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전쟁을 끝낼 방법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푸틴이 제시한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완전하게 철수하면 헤르손-자포리자 전선 전역에서 휴전할 수 있다”는 휴전안을 설명하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이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휴전이 아닌 종전을 원하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종전이 아닌 한시적인 휴전을 원한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여 돌파구를 열지 못하다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건부 휴전안을 제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대한 변곡
용인신문 |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간의 정체성 구성 방식은 근본적으로 재편되었다. 특히 소셜 미디어 환경은 현실 세계에서의 자아와 구별되는 디지털 자아를 형성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좋아요’ 버튼과 같은 상호작용적 장치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디지털 자아는 단순히 온라인상에서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인정과 정체성 확인의 주요 통로로 기능한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시물에 부여되는 ‘좋아요’는 단순한 수치적 반응이 아니라, 개인이 타인으로부터 사회적 신뢰와 평가를 받았음을 경험하는 구조적 장치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감정 상태와 자기효능감을 조절하며, 디지털 자아는 외부의 피드백을 통해 점차 형성되고 강화된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 성인층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며, 사회적 승인과 소속감을 향한 심리적 욕구가 디지털 상호작용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좋아요’가 제공하는 경험은 보상회로 활성화와 밀접히 연결된다. ‘좋아요’를 받는 순간 뇌의 도파민 분비가 촉진되며, 이는 보상 체계의 활성화를 통해 쾌락 경험을 강화한다. 이와 관련된 연구들은 소셜 미디어 상에서의 상호작용이 음식 섭취
1400년·1523년 각 창건된 용인향교·양지향교 1576년·1650년 설립된 충렬서원·심곡서원 등 당대 최고의 인재 양성 공교육 역사적인 현장 인구 1만 7000명 고을에 과거급제자 300명 배출 현재 단국대·경희대·명지대·한국외대로 이어져 1. 왕과 공신이 반한 땅, 용인 ❷ 교육 도시 용인 … 과거 합격율 최다(?) 3. 풍수지리와 명당 '용인 땅' 4. 용인 사람들의 숨은 저력 용인신문 | 조선의 지도에서 용인을 찾는다는 건, 단지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기운’을 따라가는 일이었다. 전국에서 손꼽힐 만큼 과거급제자들이 이 땅에서 많이 배출됐다. 성균관으로 향하던 유생의 발걸음, 붓끝으로 벼슬길을 열던 글재주 좋은 인물들이 용인의 마을과 골짜기에서 나고 자랐다. 왕에게 충성을 다한 공신에게 하사된 식읍의 땅, 그게 용인이었다. 그러나 이 도시는 단지 권력과 명예의 상징으로만 존재하진 않았다. 용인은 경기권 안에서도 유독 사족층. 즉, 양반 지주 가문이 두텁게 자리 잡은 고장이었고, 문과와 무과, 진사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인재를 길러냈다. 곡식만 자라는 땅이 아니라, 사람을 길러내는 땅이었다. 용인은, 처음부터 ‘배움의 자격’을 갖춘 도시였던 셈
기획 연재 /읽는힘3-신문으로 국영수사과, 논술까지 잡는 법 용인신문 |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의 모든 정보를 손쉽게 얻는 시대다. 넘쳐나는 디지털 콘텐츠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은 오히려 길을 잃고 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이 약해지면서 교과서, 문제집은 물론이고 세상과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이는 비단 국어 과목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는 ‘읽는 힘’이 무너지면, 학업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 이 기획 연재는 디지털 시대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아이로 키워낼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신문 읽기는 단순히 시사 상식을 쌓는 것을 넘어, 비판적 사고력과 논술 실력, 자기 주도 학습 능력까지 키워 궁극적으로 대학 입시를 포함한 모든 공부의 상위권 진입을 돕는 최고의 솔루션이다. 이번 연재를 통해 신문 한 장이 우리 아이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그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연재 순서 1회: 「읽는 힘이 무너지면, 모든 과목이 흔들린다」 2회: 「신문 한 장이 ‘공부 머리’를 만든다」 3회: 「신문으로 국영수사과, 논술까지 잡는 법」 4회: 「디지털 시대, 종이 신문이 필요한 진짜 이유
용인신문 | 멕시코에 있을 때, 마리테레라는 친구네 집에서 묵었다. 하루는 아들의 가라테 승급식이 있다고 해서 같이 보러 갔다. 햇볕이 뜨거운 토요일 낮, 가라데 도장에 모였다. 한쪽에 학부모님들이 쭈르륵 앉아있고 아이들은 조금 들뜨고 긴장한 얼굴로 사부님을 바라본다. 다 같이 줄을 맞춰 서서 이제껏 배워왔던 것을 시연한다. 가장 어린 친구들, 낮은 급수부터. 한명 한명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나이에 상관없이 각자의 캐릭터가 드러난다. ‘저 친구는 개구쟁이가 분명해’ 숨길 수 없는 장난기 어린 미소와 동작들이 선히 보인다. ‘저 친구는 엄청 진중하네. 형님 노릇을 정말 잘할 것 같군.’ 옆에 앉은 동생을 챙기고 있다. 아주 어린 친구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집중하려고 이리저리 몸을 배배 꼰다. 그것도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수련을 조금 오래 한 친구들로 갈수록 집중도가 높아진다.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한 아이가 시연하기 전 중앙에 서서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았을 때다. 그 친구의 동작도 다른 아이들과 같았지만 다르게 보였다. 나이와 동작의 정확도와는 상관없이 그 순간의 집중도가 멋져 보였다. 시작하기 전 마음을 다잡는 법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걸 보면
용인신문 | 임신 소식을 전한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건넨 말, “꽃 많이 보고, 좋은 생각만 해라.” 친정엄마도 거든다. “예쁜 마음을 가지면 애가 예쁘게 태어나지.” 일본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아이가 그 빛을 받는다’는 말이 있고, 서양에도 임산부가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행복한 상상을 하면 아이가 건강하고 잘생긴다는 믿음이 있다. 인류 어디서나 ‘엄마의 마음이 아이 얼굴을 만든다’는 속설은 오래 살아남았다. 이 믿음의 매력은 분명하다. 임신부 주변을 좋은 환경으로 채우게 하고, 가족과 이웃까지 웃게 만든다. 그러나 과학의 판정은 “부분적으로만 맞다”이다. 아기의 눈, 코, 피부색 등 외모 대부분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수백 개의 유전자가 결정한다. 수정 순간 이미 큰 설계도가 완성되며, 임신 중 엄마의 마음가짐이 이목구비를 재설계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심리 상태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태아 발달은 유전이라는 설계도 위에 엄마의 몸 상태, 호르몬, 영양·산소 공급 같은 환경이 덧입혀진다. 긍정적인 감정은 혈류를 원활하게 하고, 그로 인해 태아는 더 건강하게 자란다. 이는 눈매를 바꾸는 일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인상이나 건강한 피부처럼 ‘완성도’를 높이는
이상일 시장(앞줄 우에서 다섯번째)이 처인·기흥 지역 중학교 학부모 대표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은 2024년 용인미디어센터) 이상일 시장이 처인구 초등학교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은 2024년 시청 비전홀) ‘낙하산 정책’ 학교 현장 따르던 방식 탈피 교육 주체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모델 ‘생활밀착 현안 해결’ 통해 성공 경험 축적 이상일표 교육정책 제도적인 기반 시험대 용인신문 | 교육 환경은 도시의 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민선 8기 용인특례시는 ‘미래교육 협력 간담회’를 통해 교육 현장과 직접 소통하며 정책을 결정하는 새로운 행정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시장이 직접 학부모, 교장단과 매년 정례적으로 만나 현안을 해결하는 이 방식은 단순한 소통을 넘어 정책 결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2년간의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이 소통 기반의 실험이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110만 용인특례시 교육 현장에 의미 있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가 정책을 수립하고 학교 현장이 이를 따르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용인신문 | 용인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교육도시’다. 이는 현대에 만들어진 도시 브랜드가 아니다. 조선시대, 인구 2만 명이 채 안 되던 이 고을에서 300명이 넘는 과거급제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용인이 태생적으로 배움의 기운을 품은 땅이었음을 증명한다. 높은 양반 계층 비율을 바탕으로 향교와 서원을 중심으로 학문 공동체가 뿌리내렸고, 이는 사람을 길러내는 도시의 기초 체력이 되었다. 이러한 교육적 DNA는 단절되지 않았다. 심곡서원이 명륜학원을 거쳐 현대 학교의 전신이 되었듯, 용인은 자연스럽게 현대 교육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다수의 대학이 자리 잡고, 용인외고와 같은 명문고가 탄생했으며, 수지와 기흥은 수도권의 대표 학군지로 부상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시민들의 선택이 모여 도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 것이다. 역사가 물려준 유산과 시민들의 자발적 선택이 오늘날 교육도시 용인의 두 기둥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강고한 전통과 시민의 높은 교육열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도시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정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선 8기 용인시가 시도하는 ‘소통(communic
용인신문 | 저명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의 저서에서 현대인이 고독을 잃어버린 것은 위기라고 주장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기술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로젠의 『경험의 멸종』도 같은 맥락에서 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멸종시킨다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은 그 편리성 때문에 잃는 것이 고려되지 않은 채 놀라운 속도로 진보하고 있다. 문제는 “육체의 중요성, 물리적 공간의 완전성, 내면의 삶을 가꿔야 하는 필요성” 등이 간과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을 소비하는 데 쓰느라 “육체 없이 경험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중요한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이어간다. 뿐만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 오는 기다림의 미덕뿐 아니라 욕구를 지연시키는 힘조차 잃을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기술은 기업에 의해 주도되며 그에 따라 기술이 개인을 소모시키고 있지만, 개인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사랑하는 이와의 대화가, 순간의 기억을 담은 사진이, 나의 고독조차 소셜미디어에 게시되어 그곳을 지배하는 대기업이 소유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묻
흔들리는 실루엣 김삼주 건조한 거리를 걷는다 마른 땅은 짠맛을 삼키고 바람은 한낮의 열기를 지워낸다 늘어진 나뭇잎들 저녁 무렵, 숨을 고르며 촘촘한 방충망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무심한 가로등 하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본다 나방 한 마리 겁 없이 달려든다 지렁이 무덤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보도블록 밑의 열기가 뜨거워 살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뜨거워진 배를 뒤집다 온몸이 뒤틀렸다 개미의 마른 입술이 선혈의 맛을 핥는다 개미, 떼로 모여들고 잔치가 시작된다 흔들리는 내 그림자에 머뭇거린 해 질 녘 약력: 남원출생 2004년 문학21 등단 SDU문창과 졸업 용인문학회 회원 시집<마당에 풀어진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