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대한민국 역사의 비극적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을 10여 일 남겨 놓은 지난 3일 새벽. 공교롭게도 필자는 소설 끝에 실린 에필로그까지 다시 읽고 먹먹해진 가슴을 추스르기 힘든 날이었다. 45년 전의 슬픈 역사를 문학작품을 통해 회고했던 그 날 밤, 평온한 일상을 깨부수며 들이닥친 비상계엄 선포는 꿈속에서 역사의 타임머신을 거꾸로 탄 줄로 착각하게 했던, 그야말로 충격의 밤이었다. # 친위 쿠데타 6시간 만에 끝나 12월 3일 밤 10시 28분.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계엄군의 국회 봉쇄를 뚫고 들어온 국회의원 190명에 의해 다음 날 새벽 1시 02분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어 효력이 정지됐다. 윤 대통령은 04시 30분 국무회의 의결을 앞둔 상태에서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주도한 친위 쿠데타는 6시간 만에 일단 막을 내렸다.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될 때까지 수천 명의 시민이 국회로 몰려와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막았다. 이번 쿠데타는 전격적이었다. 국방부 장관 김용현 지휘하에 육군 참모총장 박안수 계엄사령관, 곽종근 육군
용인신문 | 유튜브가 전통 언론(레거시 미디어)을 압도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 국민이 뉴스를 접하는 수단은 유튜브가 단연 1위다. 대통령도 유튜브를 애청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일상에서 유튜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유튜브의 장점은 언제든지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 언론이 소화하기 어려운 다양한 장르를 커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튜브의 치명적인 한계도 있다. 유튜브는 중독성이 강하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알고리즘이 형성될 정도로 유튜브의 포로가 된다. 김어준의 뉴스 공장은 KBS의 영향력을 압도하고 일부 계층에 한해서는 신뢰도가 절대적이다. 반면 전통적인 여당 지지층은 뉴스 공장에 비판적이다. 이른바 우파 성향의 유튜브 채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많이 시청한다. 이렇다 보니 시청자들은 자신의 구미에 맞는 정보를 편식하게 되고 건전한 비판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시민은 레거시 미디어의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품게 되었다. MSNBC, CNN, ABC 등 지상파 방송은 해리스를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여론을 조작했다. 트럼프 지지층은 레거시 미디어의 편파적인 보도를 불신하
용인신문 | 110만 용인시민과 용인신문 애독자 여러분! 어느 덧 용인신문이 창간 32주년을 맞았습니다. 1992년, 작은 씨앗으로 시작된 용인신문은 시민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용인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용인신문은 지역 사회의 변화와 성장을 함께하며 묵묵히 그 역할을 다해왔습니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현 시대에 용인신문은 속보 경쟁보다는 진실을 추구하는 데 더욱 집중해왔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시민들에게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지역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데 힘써왔습니다. 아울러 20년 전통의 용인마라톤대회를 주최하여 시민들의 건강 증진에 기여했으며, 향토문화 창달을 위한 다채로운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렸습니다. 또한, 용인 8경 선정과 태교도시 지정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등 용인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면서 지역 신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110만 용인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용인신문을 애독해주시는 것은
용인신문 | 2023년도 가계 빚이 1886조 원이다. 이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이 1064조 3000억 원으로 가계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수년째 5~6%대의 고금리 정책이 유지되면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가구는 이자를 갚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Fed)이 한국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 금리에 연동하는 금융정책을 IMF 시절부터 줄기차게 고수해 왔다. 일본은 미국 연준으로부터 독립되어 독자적인 금융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은 몇 해 전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다가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 0.2%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가 상승한다’고 앵무새처럼 말한다. 솔직히 말해 물가 상승은 금리와 큰 상관이 없다.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고 시도 때도 없이 전쟁을 일으켜 유가와 곡물가를 폭등시켜 유통 이익을 독점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G-7의 횡포로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미국의 압력을 물리치고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러시아·이란에서 석유와 가스를 수입할 수 있다면 고물가 시
용인신문 |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그야말로 한국 문학의 쾌거이자 우리 문학 번역의 쾌거이다. 한강은 1993년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붉은 닻」을 상재하며 소설가의 삶을 시작했다. 「붉은 닻」에서 볼 수 있었던 암울한 고통과 비극적인 결말은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 1995)을 지나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21)에 이른다. 한강의 주요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는 『채식주의자』(창비, 2007)와 『소년이 온다』(창비, 2014)는 소설에 해당 소재를 차용하는 것만으로도 작가 자신을 논쟁의 한 가운데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채식주의자』는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영혜가 식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혜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채식주의 선언을 하지만 아버지는 강제로 먹게 하고, 영혜의 형부는 몽고반점이 있다는 말에 처제를 욕망한다. 식물이 될 수밖에 없는 영혜의 대응은 2000년대 가부장적 세계관 속에서 무력해지는 개인 혹은 여성의 서사로 주목을 받았다. 번역된 『채식주의자』는 2016년 영국에서 맨부커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벨기에서 연극무대에 오를 예정이기도 하다.
용인신문 | 의대 증원 논란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용인 처인구 지역의 신생 병원인 명주병원이 경영난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 병원은 현재 의료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등이 장기화되면서 부도와 매각설까지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명주병원 신명주 원장은 대한사격연맹 회장 자격으로 지난여름 파리올림픽에 참석했다가 TV에 비친 모습을 본 병원 노동자들의 원성을 사면서 임금 체불이 공론화되었다. 결국 신 원장은 사격연맹 회장직을 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원 2주년을 맞은 명주병원은 개원 초부터 공격적인 홍보를 통해 지역 내 기업이나 단체들과 MOU를 체결, 나름 높은 수익율을 창출하면서 자리매김하는 듯 보였다. 개원 초 지역 내 병원 간호사들을 고임금으로 스카웃, 동종 업계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임금체불 등으로 400여명의 노동자들이 사직과 이직을 하는 등 법적 분쟁까지 진행 중이라고 한다. 향토 병원은 단순한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대형 병원과 비교하여 접근성이 좋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 상태와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
용인신문 | 응급의료의 최종 보루인 응급실마저 셧다운 사태를 맞고 있다. 환자를 태운 119 구급대는 여러 응급 의료시설에 먼저 전화를 걸어서 환자 수용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전공의들과 의료계의 반발이 장기화하면서다. 최근엔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둘러싼 정부 관료들의 대응안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복지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내놓은 대책안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다 보니 당정 충돌은 물론 복지부 장·차관 경질론까지 나왔다. 마침내 여당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격한 발언들이 쏟아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료대란 사태에 대해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낙관적 태도를 보였다.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를 구별, 중증 환자만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는 식의 방안도 제시했으나 세간의 웃음거리가 됐다. 정부는 응급의료 시스템 붕괴 우려가 거세자 고육지책으로 군의관과 공보의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큰 모습이다. 그동안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학병원에 군의관과 공보의를 파견한 바 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요식행위로 그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용인신문 | ‘런던 튜브(London Tube)’ · ‘런던 언더그라운드(London Underground)’. 1863년 1월 10일 영국 런던에서 세계 최초로 운행을 시작한 지하철 이름이다. 올해가 개통 161주년이다. 이 지하철을 상징하는 로고는 1925년도에 만들어져 100년간 유지되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로고는 빨간 원과 언더그라운드라는 영문을 조합한 것으로 매우 단순하다. 지금은 런던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강력한 상징물이다. 도시브랜드 전문가들은 공공 디자인이 결합 되어 도시 브랜딩 효과를 창출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는다. 100년 전통의 역사성을 살려 런던의 교통 박물관과 기념품 상점 등에서는 언더그라운드 로고와 서체를 활용한 각종 관광 상품을 개발해 판매한다. 언더그라운드 로고와 서체(일관된 공공디자인)가 런던 시민들에게는 공통된 기억 자산으로 도시의 정체성으로까지 확장된 도시 브랜딩 효과를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도시 브랜딩은 다른 도시와의 차별화를 위해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드러내는 과정을 뜻한다. 서울대 이장섭(디자인과) 교수는 “브랜드란 가치의 구현이며, 도시 브랜드는 해당 도시에 대한 이미지나 인식의 총합”이라고 정
용인신문 | 사업가가 지역사회에서 벌어들인 이익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정 기탁하고 싶다는데 행정기관에서 몇 달 후 기부금 심사를 한후 가부를 결정짓겠다고 한다면 과연 기부를 하고 싶을까? 현행 청탁금지법과 국민권익위원회 권고 사항에 의하면 고액의 기부금을 지자체에 지정 기탁할 경우엔 기부금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심사 내용은 사업가가 지자체와 관련된 인허가 업무 등을 하면서 장학금이 청탁성(뇌물성)인지 아닌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장학금 기탁 시간을 전후로 해당 지자체와 연결된 사업을 하고 있다면 기탁을 거부하거나 보류하다고 한다. 실제 사업가 A씨는 몇 년 전 용인지역에서 사업이 완료된 후 순수한 마음으로 수익금 일부를 용인시장학재단에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시 측은 3개월을 기다린 후 기부금 심사를 통과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게다가 장학금이 아닌 또 다른 방법도 있다는 등의 묘한 뉘앙스까지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사업가는 과거에도 아무 문제 없이 고액의 장학금을 기탁했던 바, 납득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2024년 2월 1일 기준 ‘용인시장학재단 기탁자 현황’을 꼼꼼히 들여다 본 결과, 확연하게 느낀 점은 기업가나
용인신문 | “우리 사회 언어의 병은 듣기가 안 된다는 것이죠. 말하는 자들만 있어요. 듣는 자가 없으니 인간에게 말하는 게 아니라 담벼락에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요즘 읽었던 산문집 ‘허송세월’의 작가 김훈 선생이 한 말이다. 그의 나이 76세. 산문집 초반부터 건강과 일상에 대한 기록이 눈에 띄었다. 작가와의 친분은 없지만, 한때는 유명 소설 제목보다 등산 또는 자전거를 그의 상징처럼 기억했다. 그의 산문 ‘라면을 끓이며’를 읽다가 대파 한뿌리를 고집하는 나만의 레시피와 똑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라면의 미학’을 발견한 듯 박수를 쳤을 정도다. 어쩌면 작가의 글을 닮고 싶어서 그의 취미나 신변잡기를 표방하려는 심리마저 있었는지 모르겠다. 김훈 선생은 요즘 우리 사회에 말은 많은데, 정작 쓸만한 말이 없고, 그나마 제대로 들어주는 이조차 없으니 담벼락에 대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불통의 시대임을 비판한 것이다. 과거에는 국가 또는 정치지도자가 그릇된 길로 들어서면 나라의 원로나 석학들이 나서서 꾸짖었다. 언론도 정권 눈치가 보이면 종교 지도자나 석학들의 말을 빌려와 에둘러 비판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큰 스님, 원로 목사님
용인신문 | “그날의 기쁨과 감격과 감사가 어제 같은데 ◯◯가 결혼합니다. ◯◯◯ 올림.” 금요일 이른 아침,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날아온 지인의 간단한 결혼식 초대장 문구다. 구구절절 쓰인 일반적인 초대장과는 달리 시크한 분위기다. 더군다나 그 밑에는 초대의 말보다 몇 배 긴 ‘축의금에 관한 안내’라는 문구가 몇 단락으로 나뉘어 첨부되었다. 보통의 결혼식 또는 부고장을 보내는 사람들은 간단한 문구와 함께 계좌번호를 링크해서 첨부한다. 가족별로 나누어 몇 개의 계좌번호를 넣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세상은 변했지만, 아직도 축의금과 조의금에 대한 찬반 여론은 반반이다. 그런데 지인의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축의금에 관한 안내’ 문구 때문이다. 첫 번째 안내는 ‘참석하는 경우’로, 함께 식사해 주실 때만 ‘5만 원’의 현장 축의금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거기엔 “식사를 제가 모셔야 하는데 형편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괄호 안 양해 문구가 있었다. 두 번째는 ‘참석 못하시는 경우’로 “모든 축의금은 진심으로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강조형’ 문구였다. 지인은 다음에 한 구절을 더 보탰다. “휴가철 토요일이라 꼭 오시라고 못하고, 다른 일정 방해드리고 싶지
용인신문 | 정치인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흑역사가 점철된 용인 정치판이 또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이번엔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용인시의회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돼 지역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경찰은 최근 제9대 용인시의회 후반기 민주당 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뇌물이 오갔다는 제보를 받고, 해당 시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진위 파악에 나섰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의하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시의원들은 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까지 다수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민주당 소속 시의원 중에서는 지역구 당직과 탈당계를 제출함에 따라 혐의를 인정했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수사 결과에 따라 시의회 내부는 물론 지역 정가에까지 불똥이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안타까운 점은 2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시의회 의장단 선거 후유증이 매번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의장단은 임기 4년을 전 후반기로 나눠 임기 초에 한 번, 2년 후 다시 한번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하게 된다. 의장단은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5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으로 여야 모두 의원 수에 비례해서 자리를